(주)아트앤크래프트 정영숙 대표는 유쾌한 사람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그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행복 바이러스가 전파된다. 천연염색이라는 독특한 콘텐츠로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에 참여했고, 전통적인 천연염색과 현대적인 업사이클링을 접목한 친환경 제품 개발로 슬로우패션이라는 혁신을 탄생시켰다. 사람과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 (주)아트앤크래프트의 정영숙 대표를 만나 육성사업 부터 사회적기업 준비까지 일련의 활동들을 들여다봤다.

미술을 좋아했던 아이

어렸을 때 부터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미술에 흥미를 가졌고 미술대학에 진학, 섬유공예과를 졸업하고 무역회사 디자인실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스카프 · 넥타이 등에 무늬를 내는 텍스타일 디자인을 하면서 섬유 디자이너의 꿈을 키웠다.

1997년에는 IMF 위기였지만 아트앤크래프트 개인공방을 창업하여, 백화점 업체 등에 손으로 직접 그려내는 독특한 ‘수화염’ 스카프를 주문제작 방식으로 진행하여 히트쳤다. 당시 화학염료를 활용해 섬유염색을 했고, 염색공장의 폐수문제가 사회적 이슈였다. 정영숙 대표도 원인 모를 천식을 앓다 대화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은 당연히 자연에서 색을 가져오는 천연염색이었다.

대기업에서는 천연염색 아이템을 선호하지 않는다. 천연염색으로 만든 제품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일광과 세탁견뢰도가 약해 물빠짐이 있어 일부 소비자들에게 클레임의 대상이 된다. 많은 양을 생산하기 불리하고, 친환경 매니아들 사이에만 인기가 있어 주문량 자체가 적다.

일일이 수작업을 통해 제품을 만들었고, 인터넷으로 판매하다 보니 회사의 외형은 오히려 작아졌다. 하지만 천연염색이라는 친환경 컨셉을 버릴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천연염색을 지속적으로 끌고 갈 수 있을지 고민했고, 주변의 경력단절여성이나 다문화여성들의 아픔을 보게 되면서 그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도움을 주고자 2015년에 (주)아트앤크래프트 법인을 설립했다.

“사실 공예라는 것은 내 손으로 직접 영혼을 담아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작업입니다. 현실적으로 삶의 전부가 되지 않으면 좋은 제품이나 작품이 나올 수 없습니다. 섬유를 활용해 넥타이나 스카프를 만드는 작업이 재미있었고, 거기에 천연염색이라는 환경적 가치를 가미해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좋아서 오랫동안 할 수 있었습니다. 또 주위에 취약계층 여성들의 삶을 가까이 보게 되면서 제가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경력단절여성이나 다문화여성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떻게 하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을까 고민 했습니다.”

사회적기업에 관심

2013년 고양 킨텍스에서 사회적기업 박람회가 있었다. 사회적기업의 취지와 의미가 우리가 추구하는 바와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이후 고양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 가서 사회적경제 관련 교육을 수강하고 관련된 자료도 찾아보면서 공부했다. 처음 받았던 인상은 ‘사회적기업이 생각처럼 쉽지 않겠구나’였다. 이후 지속적으로 교육에 참여하면서 조금씩 사회적기업가의 꿈이 움트게 되었다. 2015년 고양시 예비사회적기업 발굴 사업에 선정됐고, 2016년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까지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스카프에 패턴(무늬)을 넣는 작업을 했습니다. 이것을 텍스타일 디자인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나만의 상품 나만의 옷을 추구하는 경향이 커 개성적인 옷을 디자인해야 시장에서 반응을 얻습니다. 저희 기업의 특징은 원단에 천연염색을 하면서 드로잉하는 것인데 그만큼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지만 상품이 지니는 가치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주)아트앤크래프트에서는 넥타이, 스카프 등의 제품을 만들기도 하지만 천연염색, 핸드드로잉, 아트패브릭기법과 같은 교육도 진행한다. 특히 교육을 이수하신 분들은 방과 후 교육 강사로 활동하거나, 공방 창업도 하고 있다. 정영숙 대표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친환경 창의미술 교육도 하고, 미술과 관련된 재능기부도 하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주)아트앤크래프트는 2016년 혼합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았다.

친환경 슬로우 패션

(주)아트앤크래프트는 친환경 가치를 추구하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정영숙 대표는 이를 친환경 슬로우패션이라 부른다. 천연염색과 더불어 (주)아트앤크래프트만의 아트적인 요소가 가미된 하나의 작품이다. 공장에 맡겨서는 절대 나올 수 없다. 가능한 한 수작업으로 진행하다 보니 제품 가격이 당연히 높을 수 밖에 없고, 이 부분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꿈길 마켓이라고 사회적경제기업끼리 네트워크를 하며 플리마켓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3번 참여하는데 저희 상품을 보고 좋아하시는 분들은 거의 매니아 수준입니다. 친환경 제품이 비싸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 부분도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조금 기간이 지나면 친환경 제품 수요도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주)아트앤크래프트에서 만든 스카프는 스테디셀러다. 우연한 효과에 의한 천연염색과 천연염색기법에 의해 독창적인 문양이 가미됐다. 넥타이 중에는 훈민정음 넥타이가 주목받고 있다. 평범함 속에 숨어 있는 한국적이면서 독창적인 전통문양이 디자인되어 있다. 정영숙 대표는 한글을 재해석한 디자인이라고 강조한다. 천연염색 가방은 자투리 원단을 이용해 낙서한 듯, 무심한 듯, 헝클어진 듯, 꾸밈없이 틀어놓는 봉제기업을 응용한 디자인을 가미했다. 천연염색 후 Re-fabric을 강조한 디자인이다. 천연염색 양말, 이불 등도 있는데 천연인디고 기술을 적용한 창조적인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모두 인체친환적 제품이다.

천연염색

천연염색에 들어가는 재료 중 메리골드(만수국)는 텃밭에서 재배 후 채취한다. 나머지 재료들은 국내에서 구매해 사용하거나 국내에 없는 재료들은 수입재료를 사용한다. 염색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메리골드를 염색한다고 가정 했을 때 먼저 메리골드를 물에 끓이는 작업이 1단계다. 물을 조금 넣으면 색이 진하고, 많이 넣으면 연하다. 이 작업을 2~3회 반복한다. 물론 염색을 하기 전에 원단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작업이 우선이다. 이 작업을 정련작업이라고 하는데, 정련작업을 해야 염색이 깨끗하게 잘 된다.

우리가 봉숭아 물을 들일 때 색이 잘 스며들라고 백반을 함께 넣는다. 마찬가지로 염색물이 섬유에 잘 스며들고 색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매염작업을 한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염색작업을 하고, 염색된 원단을 깨끗이 씻고, 건조하는 과정을 거친다. 다만 염색을 깊이있게 하기 위해서는 이 과정을 2~3회 반복해서 진행한다. 굉장히 손이 많이 가고,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 작업이다.

천연염색은 자연에서 재료를 가져온다는 것 자체로 인체친화적이고 친환경적인 가치가 있으며, 염색 후 잔여물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줌으로서 자연순환의 원리를 따른다고 할 수 있다. 자연의 색은 은은하고 자극적이ㅊ지 않아 눈을 덜 아프게 하고 정서를 순화시켜 준다. 쪽염색의 경우 향균, 살충 효과도 있고, 몸의 열을 내려주는 작용도 한다.

교육과 네트워크는 두 말하면 잔소리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을 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사회적경제 관련 교육이든, 인사노무회계 관련 교육이든 기업 운영에 필요한 교육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영숙 대표는 기업운영에 필요한 교육이나 본인이 듣고 싶은 교육이 있으면 찾아서 듣는 스타일이다. 교육의 중요성을 알기에 대부분의 교육을 직원과 함께 참여한다. 교육을 통해 본인 스스로도 많이 성장했다고 한다. 네트워킹도 강조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공통의 관심사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소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하면서 좋은 점이 많았습니다. 창업 아이디어만 있다면 도전해 보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기업의 비즈니스모델 뿐만 아니라 소셜미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고, 특히 사업 초기단계에서 사업비 지원을 받아 개발한 시제품은 시장 반응을 확인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또 하나 희망이 있다면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기수끼리 또는 선정된 기업들간 연대할 수 있도록 연대의 장을 마련해주면 좋겠습니다.”

(주)아트앤크래프트를 잘 꾸려나가는 것도 목표지만 정영숙 대표는 또 하나의 원대한 꿈이 있다. 바로 갤러리를 운영해 문화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갤러리가 있는 자연소통공간, 거기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자연소재를 활용해 이런 좋은 상품이 나온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주)아트앤크래프트는 수작업으로 오랜시간을 투여해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킨다. 그 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시쳇말로 가성비가 낮은 단점이 있지만 내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상품이 나오면 보람도 느끼고, 만족감도 얻는다. 한국 여성들의 손은 섬섬옥수라고 말하는 정영숙 대표, 앞으로 얼마나 좋은 상품들을 만들고, 천연염색의 대중화를 이끌지 큰 기대를 가져본다.

취재. 글 사회적기업지원실 박정기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