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희망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시흥의료사협)은 한의원, 치과 등 2개 의료사업소와 통합 돌봄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재가장기요양(방문요양, 방문간호, 방문목욕), 경기도 지정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양성 교육기관, 장애인활동 지원 수행기관 등 돌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주민의 의료, 복지, 돌봄 등 건강을 위한 다양한 보건예방 및 사회서비스와 건강마을사업을 통해 마을공동체 복원에 힘쓰고 있다. 창립 이후 만 5년 동안 1,500여 세대의 조합원이 출자금 4억 2천여만원을 조성해 의료사협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의료사협의 일련의 활동은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믿을 수 있는 진료서비스, 사회적경제 연대활동, 평생학습네트워크 등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참 좋은 의료공동체를 소개합니다』 참 좋은 의료공동체 열, 시흥희망의료사협 中(p.247)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소위 미친사람이 필요하다. 그들의 헌신으로 조합원들이 모이고, 조합운영의 틀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신념으로 가득차 있다. 보상없는 활동, 희생, 헌신 속에서도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사방팔방 조합원들을 만나고, 조합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고민한다. 누군가는 적은 보수에, 아마추어 같은 조직문화에, 비전없는 조직활동에 떠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며 조합을 지킨 사람들이 있다.

오늘 그런 분을 만났다. 바로 시흥희망의료사협의 산 역사인 노경숙 부장이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지만 왜 그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조합을 지키며, 활동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10년이라는 조합활동은 그의 내공이다. 그는 참 강한 사람이다.

친구따라 강남간다

친구 따라 강남간다는 말이 있다. 노경숙 부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역사회에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단순한 논리가 출발점이었다. 처음에는 옆에서 조금 도와주기만 했다.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운영에 참여할 생각은 전혀 못했다. 그러다가 어찌어찌 협동조합 발기인 대회까지 준비했다. 의료협동조합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안산의료사협, 민들레의료사협, 안성의료사협 등 선배 의료협동조합에 견학을 다녔다. 어느 순간 시흥희망의료사협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2009년 창립총회를 하고 처음 시작했던 사업이 재가장기요양사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업을 하기로 한 담당자가 한 두 달 하다가 개인사정으로 그만뒀습니다. 조합원 관리업무를 하다가 재가장기요양사업까지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요양보호사 파견, 급여청구까지 새로운 업무를 한다는 생각에 겁도 났지만 오히려 조합 사업을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2010년에는 한국의료생협연대 주관으로 일본에 있는 미나미의료생협에 연수를 다녀왔다. 미나미의료생협의 규모와 시스템에 많이 놀랐고, 가슴이 떨렸다. 복지사들이 같이 도와주면서 치매 어르신들이 손수 차를 대접해 주셨다. 치매 때문에 기억력이 없는대도 손이 음식을 기억했던 것이다. 여전히 감동적이고 생생하다.

“미나미의료생협에는 병실마다 창문이 있습니다. 또 2~3인실로 구성돼 사생활도 충분히 보장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사람을 존중하는 모습입니다. 그때의 충격이 가시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의료사협도 이런 부분들을 벤치마킹 해야합니다. “

슬럼프를 극복하다.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온다. 그것을 얼마나 빠르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성장속도가 달라진다. 노경숙 부장은 한 참 일을 하다 ‘내가 정말 여기서 왜 이러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조합활동을 하면서 좋은 소리만 듣는것이 아니여서 서글퍼지기도 했다. 2014년 아름다운재단 프로젝트로 혼자 7박10일 스페인에 다녀왔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다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었다.

위기는 한 번 더 찾아왔다. 2009년 부터 조합사업 업무를 담당했고, 자부심도 있었다. 그런데 작년에 갑작스레 돌봄파트로 업무가 일체 이관됐다. 2014년 장애인활동지원사업 사업계획서를 작성했지만 그 동안 전담 실무자에 의해 진행됐는데 사업을 담당했던 실무자가 일을 그만뒀다. 누가 담당 할지 갑론을박 토론이 진행됐고, 민회선 전무이사는 결국 노부장이 가야하지 않겠냐고 설득했다. 어려운 선택이었다. 마음의 갈등도 많았지만 받아들이기로 했다.

작년에는 의원을 개원했다. 이전까지 조합사업 전체를 관리했는데, 이 모든 것이 나와 상관없이 진행되다 보니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민회선 전무이사와 이규진 이사장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 잡았고 현재 평생교육사, 사회복지사 자격 취득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이 사업이 초창기 많이 어려웠지만 어느덧 1년을 넘어가니 재밌게 하고 있다.

돌봄사업

현재 조합에서 가장 큰 매출을 담당하고 있는 사업이 바로 돌봄사업이다. 특히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은 6월에만 2억원 이상 달성했다. 현장에 나갔을 때 처음에는 소심해서 사람들을 대하기 어렵고, 두려웠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앞으로 사업을 좀 더 확대하고 싶다. 문제는 돌봄 종사자들의 급여가 적은 편이다. 정부에서는 근무시간도 줄이고, 법정수당도 지급하라고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일자리안정자금도 신청하고, 많은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다. 현재 돌봄 이용자도 150여명이 넘고, 종사자들도 140명이 넘다보니 돌봄영역을 별도로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처음에는 장애인들이 낯설고 어색했지만 1~2년 사업을 하다보니 그들의 순수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고 내 자신도 많이 달라졌어요. 특히 장애인들의 태도는 양육자의 태도에서 기인합니다. 아이가 어떤 돌발행동을 하더라도 보호자들은 당황하지 말고, 단호하고, 냉정하게 이야기를 해줘야 합니다. 아이들은 반응에 민감해요. 이를 통해 학습되고 다시 행동으로 표출됩니다.”

이용자들 가운데 성인 장애인들은 집 밖으로 나오면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장애인복지관과 연계해 장애인 당사자들의 주체성을 회복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보고 싶다. 이를 통해 동등하고, 다양하며, 책임감 있는 참여자로 활동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

언제나 힘이되는 조합원

시흥희망의료사협 설립 초기 솔향기봉사단이 있었다. 당시 어르신들을 모시고 뜨개질, 바느질, 레크레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조합원들이 스스로 참여해 역동성이 있었다. 이후 조직위원회에서 그 역할을 하게 됐는데 위원 대부분이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어 어느 순간 침체 되었고, 최근 조직 컨설팅을 통해 자원봉사단을 다시 꾸리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현재 조합원 중에 사회복지사가 있는데 자원봉사에 적극적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었고, 그 분을 중심으로 해서 희망부뚜막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6월에 초동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조합원들의 숨겨진 재능과 에너지들을 발견하고 이끌어 내는 것은 중요합니다. 언제나 뒤에서 묵묵히 제일 먼저 달려와 주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조합원입니다. 그분들은 우리의 소중한 재산이자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의 과제입니다.”

현재 시흥희망의료사협이 있기까지 이규진 이사장과 민회선 전무이사는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했다. 정말 아무것도 없을 때 이규진 이사장은 지역사회에서 장학회 회장으로 오랫동안 활동했고, 물신양면 지원하며 조합을 이끌었다. 민회선 전무이사의 열정은 대단하다. 온통 머리속에 조합만 있다. 이사장의 리더십, 전무이사의 헌신이 원동력이 되어 지금 이자리에 와 있다.

이분들을 믿고 따라와준 조합원들도 감사하다. CMS출자자들은 지금까지 지속출자하고 있고, 지지해주고 있다. 내 건물 갖기 운동 중에 출자금 많이 필요했는데 조합원의 적극적인 참여와 임원들의 특별출자가 이어졌다. 2011년 한의원 개원 때 참여했던 이강재 원장은 계속 진료를 맡고 있다. 이런 활동들을 인정받아 고용노동부 장관상도 받고, 경기도에서 착한기업으로 상도 받았다.

협동조합은 충분히 고민해서 설립해야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하며,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바램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손을 잡은 사람들의 자치적인 조직이다.’

협동조합은 5명만 있으면 설립할 수 있다. 그래서 쉽게 만들어지고 있는 추세다. 의료협동조합을 만들 때에도 많은 진통과 어려움이 있었다. 현재도 벤치마킹을 위해 여러기관에서 방문한다. 뜻이 좋아서 모이긴 했지만 누군가에게 희생을 요구하고, 오롯이 몇 명이서 어려움을 감당하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또 리더는 소수 조합원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려야 한다. 다만 중요한 지점이 있다. 협동조합은 만드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야한다.

“발달장애인을 둔 엄마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었는데,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사는 곳은 시흥인데 사업장은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 근처 다른 지역이었어요. 나도 힘들어 죽겠는데 다른 사람들이 다 나한테만 의지하는거 같고, 업무가 몰린다구요.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서로가 필요해서 자발적으로 만들었고, 그리고 완성해 가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결코 쉽지 않다고. 처음에는 충분히 공부하고, 회의도 하고, 다른 곳 벤치마킹 하면서 좋은 방안들을 찾아보라고. 그리고 강조했습니다. 내가 먼저 2~3년 이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지, 이것저것 하면서 쉽게 협동조합을 하려고 하면 차라리 만들지 않는게 좋다고 솔직하게 말씀 드렸어요.”

협동조합 겉으로 보면 쉬운 조직이다. 하지만 만드는게 목표가 아니라 어떻게 운영할지가 관건이다. 충분히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 같이 함께한다는 의미를 가져가야지 한 사람에게만 역할이 주어지고, 독단적으로 나를 따르라 식으로 하면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노경숙 부장은 ‘지금 내 나이에 어디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고 생각해 보면 내 일을 가지고 있고, 나름대로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자부심이 있었다. 또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공부했던 내용들을 적용할 수 있어 시너지가 크다고 했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항상 무엇인가 하려는 노력이 멋있고, 배울점이 많았다.

그래도 여전히 고민이 많다. 특히 조합에서 사람을 못 키운다는 지적을 받으면 어떻게 이 친구들이 실망하지 않고, 어떻게 지속가능성을 가져가며, 어떻게 이 친구들을 성장시킬수 있을지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활동가로서 현장을 돌아다니며 조합원들과 함께 재밌게 일하고 싶다는 노경숙 부장을 응원한다.

취재. 글 사회적기업지원실 박정기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