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 맘 때 홍승희 대표를 처음 만났다. 순박하고 서글서글한 인상이 여전하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얼굴에 여유가 보인다. 1년 전만 해도 사업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는데, 지금은 자신감으로 가득하다. 그 만큼 시흥표고 주식회사는 경영적으로 많이 안정됐다.

전에는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이 없었다. 대표는 직원 월급 주기 위해 이리저리 발벗고 뛰고 있었고, 행정업무 일부를 담당하는 직원과 하나하나 서류를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기초컨설팅을 받아 인사·노무, 회계를 다시 한 번 체크할 수 있었다. 근로계약서도 체계적으로 재작성했고, 보조금 회계처리를 통해 기업의 재무제표도 명확해 졌다. 이러한 노력으로 2016년 제5차에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자식을 키운다는 느낌이랄까 인증상담부터 서류 준비, 최종적으로 사회적기업 인증까지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 기업 중 하나가 바로 시흥표고 주식회사다. 오랜만에 홍승희 대표를 만났다. 제일 먼저 돈은 잘 벌고 계시는지, 그리고 왜 표고버섯이라는 아이템을 선정했고, 앞으로 어떤 가치를 지니고 사업을 운영할지 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농사를 꿈꾸다

충청도에서 태어난 홍승희 대표는 어렸을 적 서울로 올라왔고, 안산에서 14년 동안 아사짐 센터를 운영했다. 농사를 잘 몰랐지만 언젠가 농사를 짓겠다는 야심찬 꿈을 품고, 이리저리 발품을 팔아가며 공부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시흥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진행한 산림버섯연구센터의 종균사 자격증과 표고 전문가 양성교육에 참여했다. 버섯종균 배양부터 버섯재배에 이르기 까지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필기, 실시 시험에 모두 합격해 자격증을 취득했다. 2014년 6월 ‘표고버섯을 아이템으로 해서 사업을 한 번 해보면 좋겠다’는 권유를 받았다. 마사회의 사회공헌활동 사업비를 지원받아 70평 규모의 하우스를 1동 설치할 수 있었고, 이후 시흥시 창업지원사업 지원금을 통해 하우스를 1동 더 추가 설치했다.

“제가 사업을 하는데 겁이 없어요. 일단 하고 보는데 이거 잘 만하면 사업이 되겠더라구요”

작업장만 있었지 일을 하기 위한 기반시설은 부족했다. 재배한 버섯을 보관하기 위한 저장창고도 없었고, 행정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사무실도 없었다. 심지어 화장실도 없었다. 겨울에는 추워서 온종일 작업장에서 지내기도 했다.

“지금은 컨테이너 사무실도 만들고, 저온창고도 마련하고, 화장실도 있어요. 격세지감이 따로 없죠”

표고버섯

시흥표고 주식회사에서 판매하는 표고버섯은 산림버섯연구소에서 버섯종균을 배양한 배지에서 수확한다. 톱밥배지에 버섯종균을 넣고, 4개월 동안 배양된 배지를 산림버섯연구소에서 가져온다. 개봉 후 3일이 되면 버섯발이 되고, 솎이작업(발생작업)을 하면 크고 건강한 예쁜버섯이 되어 일주일 안에 수확할 수 있다. 이후 일주일 정도 휴식기를 가졌다가 물주기·온도·뒤집기 등 충격을 주고 다시 발생작업을 하는데 그 주기를 15일 간격으로 한달에 2번 하면 5개월~6개월 동안 10번~12번 버섯을 수확하게 된다.

산림버섯연구소에서는 표고버섯 전문가 양성교육을 이수한 사람들에게만 표고버섯 배지를 공급하는데 버섯배지는 1개당 보통 1,300원 수준이고, 현재 작업장에는 총 5,000개의 배지에서 표고버섯이 자라고 있다.

“보통 버섯을 재배하는 곳에 가보면 작업장 4동을 운영하고 있어요. 4동을 운영하면 버섯 성장 주기에 맞춰 1년 12달 쉬지않고 버섯을 수확할 수 있죠. 그 만큼 수익을 올리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저희는 공간이 부족해 작업장을 더 이상 늘릴 수 없는 상황이죠. 현재 물량이 부족한 부분은 다른 버섯장에서 버섯을 매입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중국 표고버섯 배지를 들여와 재배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TV를 통해 가로로 배치되어 있는 버섯배지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모두 중국산 배지다. 중국산 배지라고 해서 표고버섯의 효능이나 영양가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국이 우리나라 보다 버섯재배 기술이 많이 앞서있다. 다만 중국에서 가져온 배지는 버섯균을 넣고 배양하는 배지원료를 우리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으니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버섯은 온도, 습기가 잘 맞아야 종균 번식이 잘되고, 버섯이 건강하게 자란다. 신토불이라고 우리나라 기후에 맞게 연구되어 배양된 버섯종균이 우리 몸에도 좋지 않겠는가. 또 우리나라 배지는 참나무, 미강(현미를 백미로 도정하는 공정에서 분리되는 고운 속겨), 칼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안정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

“날씨가 더우면 버섯이 계란처럼 하얗게 변합니다. 고온일 경우 버섯종균이 사멸해 버리더라구요. 버섯은 더위에 약합니다. 보통 18~22도가 적정하고, 공조시설을 갖추면 연중 재배가 가능합니다. 저희는 아직 냉방장치를 구축하지 못해 여름에는 버섯 재배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여, 예천, 풍양에서 재배되는 버섯을 매입해 판매하고 있는데 보통 경매로 판매하는 것에 비하면 매입 단가도 높고, 이 분들의 판로확대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표고버섯 가공식품

한 달 평균 매출은 2,000~3,000만원 수준이다. 경기두레생협에 대부분 판매하고 있는데, 생협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이 이동장터에서 표고버섯을 먹어본 후 버섯 작업장을 둘러보고, 생협에 버섯을 납품하라고 했다. 경기두레생협, 참좋은두레생협, 바른생협두레, 성동두레, 은평두레, 평택두레, 안성두레, 울림두레, 행복중심생협 등 거래처가 80군데가 넘는다. 버섯이 없어 판매를 못하고 있을 정도니 그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생표고가 주력상품이지만 가공제품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표고버섯은 항암효과가 있고, 면역력을 높여준다. 생표고는 보통 물에 살짝 데쳐 초장에 찍어 먹거나 버섯밥, 버섯탕수육으로 조리해 먹는다. 가공제품 중 천연조미료는 찌개를 끓이거나 육수를 만들 때 사용하면 좋다. 표고버섯을 1키로 말리면 조미료로 100그램이 나온다. 대중성을 위해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데 조미료 성분을 보면 표고버섯 70%, 새우 20%, 멸치 · 다시마 10%를 차지한다. 가격은 5,000원이다.

표고버섯 가루는 나물을 무칠 때 자주 사용하고, 밥을 할 때 가루를 넣거나 미숫가루에 표고버섯 가루를 넣어 먹기도 한다. 표고버섯 차는 햇볓에 말린 후 덖는 작업을 거쳐 만들어진다. 한 봉지에 총 9개의 티백이 들어가고, 티백에는 표고버섯이 20~23그램 들어간다. 보통 2리터의 물에 티백 하나를 넣으면 좋다. 표고버섯 차는 상하는 속도가 빨라 많이 끓이면 안되고, 자주자주 끓여 먹는게 좋다. 표고버섯 슬라이스는 물에 불려서 사용하고, 보통 잡채에 많이 사용된다.

작업장 이전 계획

시흥표고 주식회사는 작업장 이전 계획을 가지고 있다. 표고버섯 납품 수요가 많아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2014년 버섯 작업장을 개설하고 5,000개의 배지에서 버섯을 수확했는데 이때 대표 혼자 표고버섯을 들고 다니면서 팔았다. 지금은 직원을 6명이나 고용했고, 탑차도 구매 했으며, 올해는 2억원 이상 매출액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버섯 품질에 자신이 있고, 그간 판로를 충분히 확보해 작업장을 늘린다면 충분한 수익이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안산에 100평 규모의 하우스를 설치했고, 10평 규모의 저온창고도 마련했다. 제조공장도 알아보고 있다. 가능하다면 건물을 매입해 1층은 매장으로 활용하고, 2층/3층은 사무실과 작업장, 창고로 이용하며, 4층은 사회적경제기업에 무상임대를 해 사회적경제활성화를 위해 도움을 주고 싶어한다.

박주현 본부장은 표고버섯 통조림 사업을 제안했다. 보관이 오래되므로 해외수출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친환경 인증도 계획중이다. 또 표고버섯 배지는 6개월이 지나면 영양분이 다 빠져나가 쓸모 없는데 이를 활용해 퇴비를 만들어 판매하면 좋겠다는 아이어디를 냈다. 실제 작년 여름에 배지 관리를 잘못해서 버리게 되었는데 퇴비로 활용했고, 최근에 블루배리 농장에서 배지를 수거해 퇴비로 활용했다. 버섯 배지의 주원료는 참나무로 퇴비로 활용할 경우 냄새가 안나고, 산성화된 토양을 중성화시킬 수 있어 자원의 재순환, 친환경 차원에서 좋은 아이디어라 할 수 있다.

즐겁게 일하는 사업장

“이 만큼 살았으니 좋은 일 하면서 살고 싶어요. 즐겁게 일하는 사업장을 만드는게 저의 목표입니다. 또 저희 직원들이 버섯재배라는 일에 자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시흥시 창업지원사업에 참여해 교육을 수료했고, 창업을 했다. 시에서 지원을 해줬으니 망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고, 책임을 다한 결과가 현재 시흥표고 주식회사의 모습이다.

“전문경영인이 와서 시흥표고 주식회사를 더 좋은 회사로 만들면 좋겠습니다. 기업이 커지면 거기에 걸맞은 시스템이 필요할 테고, 여러모로 제가 그 역할을 수행하기에 역부족입니다. 법인이 잘 유지발전될 수 있도록 사회적기업에 사명감이 있는 분이 오시면 좋겠네요”

홍승희 대표는 욕심이 없다. 사회적기업으로서 초심을 잃지 않고 지속가능하게 또 재밌게 일하는게 목표다.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하는데 그 기회을 잡는 것은 스스로 준비를 한 사람만 가능하다. 홍승희 대표는 농사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사업이 망하면 안된다는 책임과 의무로 열심히 뛰어다녔다. 버섯재배라는 전문성을 토대로 최고의 품질의 표고버섯을 생산했다. 이런 모든 노력이 결국 시흥표고 주식회사를 현재 위치에 올려놓은게 아닌가 싶다.

취재. 글 사회적기업지원실 박정기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