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대표님과의 인연은 각별하다. 2017년 1월 사회적기업지원실로 부서가 바뀌고, 처음 컨설팅을 진행한 기업이 ㈜장인건설의 김진욱 대표님이기 때문이다. 당시 업무에 익숙하지 않았기에 컨설팅을 하면서 많이 긴장하기도 했고,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잘해보자며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장인건설은 작년 9월에 인증을 신청했지만 몇 가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적합을 받았다. 가장 큰 원인은 신청 당시 서로 바쁘다는 이유로 신청서류와 확인서류를 완벽하게 검토하지 못한 채 접수를 한 것이다. 현장실사 간 보완사항도 많았고, 결국 심사에서 부적합을 받았다.

부적합 받은 요소를 분석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가졌다 이후 일정을 잡고 2~3차례 기업을 방문해 자료를 검토했다. 지난 1월 인증 신청서류를 접수했고, 별도의 보완요청 없이 현장실사와 심사를 받았다. 그리고 인증이라는 큰 선물을 받았다.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사회적기업 인증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6개월, 길면 1년 정도의 과정으로 준비를 하면 신청기업의 입장에서도 또 중간지원기관 담당자의 입장에서도 안심이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대표자의 사회적기업가 마인드, 기업의 사회문제 인식과 솔루션으로서 비즈니스모델도 더 구체화 되고 이해도도 높아진다. 서로 배우고, 훈련하는 과정인 것이다.

대한민국 명장 김진욱 대표

김진욱 대표는 어린시절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다. 공부에 대한 열망은 있었지만 형편상 취업전선에 일찍 뛰어들 수 밖에 없었고,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기술을 배우고 익혔다. 우리나라 국보 1호인 숭례문을 비롯해 덕수궁, 경희궁, 창경궁, 영원사, 신흥사 등의 문화재 건축물 보수 현장에서 40년간 일을 했다. 지금이야 근로조건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예전에는 새벽에 나가서 어두울 때 까지 일을 했고, 바쁜시기에는 밤에도 불을 켜놓고 일을 했다.

막노동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견이 있지만 그는 최선을 다했다. 건축업계에서 최고의 자격증이라 할 수 있는 문화재수리기능자 한식미장 건축일반시공기능장을 취득했다. 문화재수리기능자란 문화재 수리에 대한 현장실무능력을 갖춘 전문기능인력을 말하고, 건축일반시공기능장은 건축시공에 관한 최상급 숙련기능을 가진 전문기능인력을 말한다. 이 밖에도 건축특급기술자, 우수숙련기술자 온돌기능사, 에너지관리기능사 등의 자격증이 있다.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 일을 하면 전문가라 할 수 있다. 그는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숙련기술책임전수자로 기술을 전수하고, 지원하고 있으며, 미장분야의 대한민국 명장으로 등록됐다. 그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업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수 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다

건설업 특히 현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직업에 대한 안정성이 떨어진다. 대부분 일용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일이 많으면 그 만큼 수입을 늘지만 일이 없는 겨울 같은 경우 수입이 현저히 낮아진다. 그래서 항상 불안한 마음이다. 지금은 당연히 일용직들도 4대보험을 들어야 하지만 예전에는 보험도 없었고, 그래서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큰 애가 태어났을 때 제 처가 제왕절개 수술을 했습니다. 그때가 1982년이었는데 당시 100만원 정도 들었던 것으로 생각납니다. 의료보험이 없었기 때문에 큰 돈이 들었던 것이지요.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사회보험 때문에 중동건설 현장에서 일을 했습니다.”

현장 일용직들의 직업 안정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고,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으로 장인건설을 설립했다. 비록 일용직으로 일을 했을 때보다 급여수준은 적을 수 있지만 4대 보험도 있고, 퇴직금도 있다. 조직에 대한 소속감도 심어주고 싶었다고 한다.

고용을 통해 안정적인 일자리도 제공하지만 기술교육으로 재취업, 전문분야 기술 이전을 통해 개인의 소득향상에도 힘쓰고 있다. 김진욱 대표의 오른팔과도 같은 김두한 팀장도 이렇게 인연을 맺었다. 김두한 팀장은 일반 현장 기능공의 시선으로 일을 하기 보다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어떻게 하면 현장직들에게 좀 더 안정적이고,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고민 했었다. 사회적기업 인증도 김두한 팀장이 적극적으로 제안한 결과라고 한다.

“장인건설에서는 기능장 교육, 문화재수리 교육 등 고급기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울산, 대전, 목포 등에서 올라와 숙소를 잡고, 교육을 받는 사람이 있을 정도입니다. 저희 김두한 팀장도 기능장 시험공부를 해보겠다고 왔는데 인연이 되어 같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미국에 가서 한국 공사관 공사를 한 적이 있었다. 이때에도 장인건설에서 교육을 받은 제자와 함께 다녀왔다고 한다.

전통기법에 대한 계승, 현대기술과의 조화

㈜장인건설은 일자리제공형 사회적기업이지만 문화재 수리 부문에서 전통기법에 대한 계승도강조하고 있고, 그 맥을 이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숭례문 단청 부실복원에 대한 문제를 김진욱 대표는 문화재 복원 기술에서 전통기법의 맥이 끊어졌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정부에서는 전통기법으로 복원을 하라고 하는데, 현장에서는 이미 전통기법에 대한 기술이 단절되어 있고 결국 그 결과가 부실시공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 장인건설에서는 문화재 보수공사시 흙을 빚고, 또 전통기법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 만큼 시간도 많이 들고 비용도 많이 들어가지만 전통기법에 대한 계승은 꼭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해서, 그 방식을 끝까지 고집하고 있습니다.”

그는 전통방식을 활용한 친환경 건축에도 관심이 많다. 친환경 건축의 기초는 전통재료를 활용한 것이고, 이를 현대생활에 맞게 퓨전화 시켜서 활용하면 부가가치가 창출된다고 한다. 요즘에는 삶의 질을 고려해 친환경기법으로 집을 짓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결국 전통기술이 첨단이고 그래서 이 직종이 유망하다고 생각한다.

청소년 진로직업체험교육, 집수리 자원봉사

㈜장인건설에서는 청소년진로직업체험교육을 수행하고 있고, 그 공로로 당동중학교장 감사장과 군포시장 표창장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인천의 중고등학교에도 진로직업 교육차 다녀왔는데 진로지도, 체험을 통해 이런 분야의 일도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김진욱 대표는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적성을 찾기 위해 여러 분야의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고, 이런 부분에서 사회적기업들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청년실업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건설 현장에는 일을 할 사람이 없습니다. 흔히 3D업종이라고 해서 관심조차 두지 않습니다. 이런 교육을 통해 건설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기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김진욱 대표는 10년 이상 집수리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의왕시의 나자로 마을, 장애인 시설 등을 비롯해 700세대 가까이 환경개선과 집수리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도와 맑은 숨터라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경기도에서 후원을 받아 지역의 공부방, 장애인 시설 등을 시공하고 보수공사를 하는 일이다. 사단법인 사랑의 집수리 이사장을 맡아 열심히 활동하고 있고, 이 단체의 후원자는 1000여명이 될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다.

“어렸을 때 어렵게 살아왔고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이제는 한 기업의 대표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대한민국의 명장으로서 나라로부터 일정부분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뭔가 남들을 위해 사회봉사를 해야하지 않겠냐라고 생각해서 이런 활동들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금융이 필요하다

자금조달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민하는 문제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사회적금융 활성화를 위해 많은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최근에는 신용보증기금에서 사회적경제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김진욱 대표는 여러 가지 정책자금들이 있는데 사회적기업들에게는 낮은 이자율로 대출을 해주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책제안을 하는 과정에서 공공기관의 사회적기업 우선구매제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사회적기업 우선구매제도는 사회적기업의 생산품과 서비스를 공공기관에서 우선 구매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사회적기업의 판로를 지원하고 자생력을 고취시키기 위한 제도다. 그는 공공기관의 시설물 유지보수나 작은 규모의 공사들을 사회적기업들에게 발주해 주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일자리제공형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게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괜찮은 일자리는 최저임금 이상으로 급여를 지급해야 하고, 주20시간 이상의 근로시간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상담을 해보면 업종에 따라 괜찮은 일자리에 대한 견해를 엿볼 수 있는데 실제 건설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을 상담해보면 괜찮은 일자리 조건과 일용직 고용(잡급) 비율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김진욱 대표는 지속적으로 건설업 현장직에 대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한다. 더불어 유지보수 부문에서 전통기법에 대한 계승과 현대생활에서 전통기법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사회적기업에 필요한 사회성과 비즈니스모델, 혁신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장인건설이 앞으로 창출할 사회적가치에 대한 기대가 크다. 아울러 김진욱 대표의 고민이 건설업 전반으로 확산됐으면 좋겠다.

취재. 글 사회적기업지원실 박정기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