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사회적기업가를 만나다 “에이블투어(주) 박창용 대표님”](http://pns.or.kr/wp-content/uploads/2018/03/d1-640x340.jpg)
2015년 늦은 가을, 서울 노원에 있는 함께걸음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함께걸음의료사협) 조합원들과 강원도 여행을 갔다. 함께걸음의료사협에서는 장애인주치의사업의 일환으로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여행을 기획했고, 나는 취재차 함께한 터였다.
이때 처음 장애인 리프트 버스를 목격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는 장애인들은 리프트를 이용해서 버스에 탑승했다. 버스기사님이 리프트를 조작해 지상까지 내리면,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는 장애인들이 리프트에 올랐다. 기사님은 다시 리프트를 조작해 1m가량 올리고, 장애인들은 전동휠체어로 버스 안까지 이동했다. 이후 전동휠체어가 움직이지 않게 고리를 이용해 고정시켰다. 버스 안은 전동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게 가운데 위치해 있는 좌석을 제거했고, 버스의 앞부분과 뒷부분에 좌석이 있었다. 전동휠체어는 9대 정도 들어갈 수 있었고, 자원봉사자와 관계자 등 20명 정도가 탑승했다.
이동간에 이 행사를 기획한 함께걸음의료사협 이혜숙 조직위원장님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여행TF팀을 꾸려 여행지 선정부터 휴게소, 식당까지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이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의 접근성 부분이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여행지를 돌아다닐 수 있는지, 휴게소 화장실에는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있는지, 식당은 전동휠체어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지 등 고려해야할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고 했다.
여행은 속초바다, 양양의 낙산사, 설악산 한계령을 거친 코스였다. 당일치기 여행이라 고단할 수 있지만 여행에 참여한 장애인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미소가 가득했다. 다시 서울에 도착하기 까지 버스 안에서는 이번 여행의 소감을 묻는 시간이 있었다. 처음으로 실제 바다를 봤다는 분도 계셨고, 몇 년만에 여행을 갔다는 분도 계셨다. 소감 말미에는 항상 덧붙인 말이 있었는데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였다.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장애인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장애인들의 여행은 여전히 힘들고, 시도조차 어렵다. 장애인들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어렵고, 무엇보다 가족이 케어를 하지 않는 이상 여행은 엄두조차 낼 수 없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장애인들이 살아가기에 물리적인 여건이 개선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동 간에 턱이나 계단이 있으면 장애인들에게는 벽이나 다름없다. 이쉬운 점은 당사자가 아닌 이상 이런 사회문제에 대해 인식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장애인 이동권에 관심을 갖다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개선하고, 장애인 관광복지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앞장서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바로 2017년 12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은 에이블투어(주)다. 에이블투어(주)의 박창용 대표는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에서 일을 했는데 이때 부랑인, 정신지체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과 함께 생활하고, 이야기하면서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에 대한 편견과 거리감이 없어졌다고 했다.
2006년 사회복지법인 한벗재단에서 장애인 이동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재가장애인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집에 있으면서 한 달에 몇 번 외출을 하는지, 외출은 어떤 사유로 하는지 등 설문조사를 했는데 대부분이 병원에 가거나 관공서에 서류를 발급받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가족이 데려다주지 않으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었다. 당시 전동휠체어가 보급되지 못한 상황에서 그들이 이동하기 위해서는 가족 중에 누군가 그를 업고,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했다.
박창용 대표는 이분들을 위해 이동해주는 서비스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후원자를 찾기 위해 사방팔방 품을 팔았고 다행히 어느 중소기업 사장님의 도움으로 450만원 상당의 다마스 중고차량을 후원받았다.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홍보를 했고, 바로 입소문이 나 감당이 안될 정도로 많은 연락을 받았다.
당시 장애인 운전면허증이 생겼다. 이때부터 사회적으로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개념이 발생했다. 이동하기 위해 도와달라는 수요는 많았으나 여전히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었다. 자가용이 있는 사람들을 자원봉사자로 모집했고, 자원봉사자와 장애인을 연계하는 부르미 전화제도를 만들었다. 이동봉사제도도 만들었는데 지금으로 말하면 장애인활동보조인제도라고 보면 되겠다.
“차츰 전동휠체어가 보급되고, 장애인들도 자기가 가고 싶은 대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이 생기면서 드디어 장애인들도 세상을 보게 됐죠”
장애인전용 버스를 마련하다
장애인들도 일반인들과 똑같이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여행은 꿈이었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사회복지법인 한벗재단 사업단인 사회적기업 한벗투어 실장으로 근무하던 박창용 대표는 번뜩이는 장면을 목격했다. 바로 국가대표 장애인 선수용 버스를 보게 된 것이다. 한벗재단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에 문을 두드려 장애인 여행에 대한 실태를 설명하며 제안을 했다. 돌아온 답변은 버스는 무료로 제공할 수 없지만 리프트는 어떻게 해서든 설치를 해주겠다고 했다. 한벗재단에서 버스를 할부로 구매했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6천만원 상당의 리프트를 설치해줬다.
리프트 버스를 이용해 장애인들과 처음으로 숙박여행을 다녀왔다. 강원도 바다를 30년만에 처음봤다고 하신 분이 계셨다. 리프트 버스를 통해 여행뿐만 아니라 장애인복지관이나 단체에서 지방연수, 회의가 있을 때 이동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장애인 특장버스가 탄생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일을 하면 저절로 사명감이나 의욕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장애인들에게는 이동권, 보조기계가 양대산맥이고 핵심입니다. 그게 해결되면 장애인들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 됩니다.”
장애인을 위한 여행편의시설 개선이 시급하다
에이블투어(주)는 특장버스를 통해 이동지원을 꾸준히 하고 있다. 다만 장애인들의 여행관광을 위해서는 여러제약들이 있다. 우선 장애인들은 저소득층이 많기 때문에 여행비가 부족한 실정이다. 대부분 복지관, 자립지원센터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기관의 프로그램으로 장애인들이 참여한다. 여행을 가는 여정속에서도 많은 장애물이 있다. 바로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에이블투어(주)는 버스를 가지고 여행을 다니면서 관광지 여행편의시설 개선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숙박시설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장애인 전용 객실이 필요합니다. 식당에서도 전동휠체어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경사로가 설치되어야 합니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도 확대 설치되어야 합니다. 대부분 휴게소에는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한 칸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또 장거리 여행시 고속도로 장애인 전용 휴게실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박창용 대표는 이런 부분들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정책제안을 하고 있다. 에이블투어(주)의 대표로서 역할뿐만 아니라 정부의 장애인차별금지법 연구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창용 대표는 오랜노력 끝에 전세버스운송사업 수급조절변경 시행 고시를 개정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에는 사업체의 무분별한 진입과 난립을 막기 위해 버스 사업을 할 경우 특별시나 광역시의 경우 20대 이상 50억원 이상이 있어야 사업체를 설립할 수 있다. 기초시는 10대 이상이 있어야 한다. 산술적으로 30억원이 필요하다.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회적기업일 경우 전세버스운송사업시 장애인의 이동편의 제고를 위해 6대 이상의 전동휠체어 고정장치가 장착된 특별교통수단 등록기준을 5대로 완화했다. 다만 리프트 설치비용이 높고, 일반 여행버스를 운행했을 때보다 수익이 낮아 장애인전용 버스사업체의 진입자체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곧 평창 패럴림픽이 진행될 예정인데 현장에는 차가 없어 난리입니다. 3월 버스운행 일정은 이미 예약이 완료된 상황이구요. 정책적으로 리프트 장착 비용이 지원됐으면 합니다. 리프트 장착 비용만 지원돼도 이 분야에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아파트를 팔아서라도 버스를 증편할 생각도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을 통해 지원과 참여를 효율적으로 이끌어내다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여행사업을 하는 사업체는 경영환경이 열악하다. 이것은 경영자의 경영능력 부족이 아니라 사업의 대상 즉 서비스의 수혜자가 중증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이때 대기업 CSR활동에 초점을 맞췄다. 대기업들이 CSR활동에 적극적이고, 이러한 CSR활동을 중증장애인들을 위해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다만 대기업에 사업 제안시 그나마 사회적기업이라고 해야 명함 한 장 나눠줄 수 있다. 여러사람들의 지원과 참여를 효율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박창용 대표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현재 대기업 사회공헌팀과 제휴해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대기업에서도 중증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해 여러가지 사업을 진행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한국타이어, SK이노베이션, 한국관광공사와 공동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고, 인권포럼과 하이원에서도 후원을 하고 있습니다.”
박창용 대표는 추가로 하나의 사업을 구상중에 있다. 우리나라 사회복지시장에는 남자 인력이 적다. 무엇보다 급여가 낮다. 그러나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돌봄은 남자들의 힘이 필요하다. 새터민 중에 남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 기술교육을 실시하고, 버스운전면허증을 취득하게 하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운전기사들은 이 일이 힘들어 꺼리고 있습니다. 이 사업을 통해 새터민들로 하여금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게 하고, 우리나라 사회복지문화에 대한 인식개선을 해줄 수 있을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새터민 대상으로 상담과 기초조사를 하고 있다. 다만 허가문제, 교육시설 등 한계가 많다. 특히 전문강사를 직접 고용해야하는 부분과 새터민들을 위한 소양, 교양강좌의 경우 정부의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여전히 법적/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현재 관광업계의 수익구조는 기형적이다. 보통 관광버스기사 봉급이 150만원이라면 실제로 350만원 정도를 가지고 간다. 바로 팁과 커미션 때문이다. 결국 관광객 숫자가 돈이다. 기사들도 관광을 나가면 식당 대표자와 커미션을 주고 받고, 또 손님들이 팁을 준다. 관광버스 기사들 대부분이 그렇다. 하지만 장애인 버스 기사는 이런 부가수익이 없다. 대부분의 복지기관이나 단체는 정부지원을 받아 사업을 운영하다 보니 국비결제 카드만 사용한다. 리프트 작동과 장애인들 대상으로 운행을 하면 신경도 더 쓰이고 일도 고되다. 결국 하는일에 비해 수입이 낮다는 것이다.
“1년에 비수기를 빼면 실제 버스기사는 6개월치 일을 합니다. 연봉을 4천 이상 준다고 해도 안옵니다. 결국 인건비 등의 지원제도가 필요한데 특히 서비스 업종에서 장애인 대상으로 하는 사업체는 사회복지사 호봉수를 봉급으로 지원해 주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사회복지사를 고용했을 때 정부지원, 사업체 자부담 비율을 7:3만 가져가도 기업 입장에서는 괜찮습니다. 인건비 부담에서 해방되면 사명감으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박창용 대표는 장애인 이동 버스로서 이미지도 구축하고, 인식개선을 위해 홍보도 하고 싶다고 했다.
“사회적기업 지원제도 중에 사업개발비지원제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았고, 장애인 이동권과 인식개선을 위해 사회적기업 로고를 부착하고, 똑같은 디자인으로 도색하고 싶습니다. 차 내부에도 장애인들이 보조기구에 대한 홍보와 사용법 등을 알 수 있도록 안내자료를 부착하려고 합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도 인증 심사시 에이블투어(주)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높았다고 한다. 박창용 대표는 우리가 평소 관심을 갖지 못했던 장애인들의 이동권과 관광복지에 대한 정확한 문제인식과 해결방안으로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그가 불러올 새로운 사회변화와 창출할 사회가치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취재. 글 사회적기업지원실 박정기 대리